새벽 말곤 답이 없다
원래는 대학교를 다닐 때까지 나는 야행성 인간이라고 확신했었다. 그리고 잠도 8시간 이상은 자야 충분하다고 생각했었다. 책은 어릴 때부터 좋아했지만 대학원에 다닐 때쯤 자기계발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이제는 거의 자기계발의 한 분야라고 생각되는 "아침/새벽에 일어나기"에 대한 책을 읽게 되었다. 계속 시도하다 포기하고, 시도하다 포기하기를 반복해왔다.
2021년 새해가 되면서 일찍 일어나기로 결심했다. 6시 전에 일어나서 읽고 싶은 책도 있고 영어 공부도 했었다. 2주 이상 꾸준히 새벽에 일어나보니 생각보다 컨디션이 좋고 하루가 굉장히 길게 느껴졌다. 평소 같으면 일찍이 포기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번엔 《챌린저스》앱의 도움이 컸다(나중에 따로 포스팅할 예정).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해서 습관으로 만들 수 있겠다 싶었다. 바로 그 시점에 뉴저지 팀과 저녁 11시에 daily conference call을 하게 되면서 힘들게 잡은 수면 리듬이 완전히 깨져 버렸다. 11시에 콜을 하고 12시쯤 끝나면 어영부영 1시 이후에 잠들기 일수였다.
2주 정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다가 갑자기 2주 정도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보니 그 차이점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평소 나는 야행성 인간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외로 일찍 일어났을 때보다 늦게 일어났을 때가 오히려 컨디션이 안 좋았다. 일찍 일어났을 때가 몸이 더 개운했다. 처음 며칠은 졸려서 멍하지만 조금 지나니 오히려 정신이 맑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늦게 일어나기 시작하면서 몸도 더 무겁게 느껴지고 정신도 맑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늦게 일어나니 하루가 너무나 금방 가버렸다. 재택근무를 하기 때문에 늦게 일어나서 씻고 바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 일이 끝나면 저녁 식사를 하고 치우고 정리하면 8시가 되었다. 다시 11시에 콜을 하기 전까지 약간의 시간이 있지만 회사 일이 아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소리 지르고 집중할 수도 없다.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은데 그럴 수 없다.
예전에 출근 했을 땐 조금 일찍 가서 카페에 가서 공부를 하거나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아니면 실험실이나 아무도 없는 미팅룸에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코로나로 1년 넘게 재택근무를 하는 지금은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방법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것 밖에 없다. 아이들이 잠든 새벽 밖에는 답이 없다. 이제 daily call에 안 들어가도 될 것 같으니 다시 한번 새벽에 일찍 일어나보려고 한다.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나에겐 특히 나만의 조용한 시간이 삶에 있어서 필수인 것 같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새벽 말곤 답이 없다.